I'm NOT SHY! 😡

2023. 5.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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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여왕, 5월의 시작입니다.

미국에서 지내다 보면 종종 듣는 말이 있습니다. 말수가 적은 편이라면 ‘You’re so shy’, 수다스럽다면 ‘You’re different from other Asians’ 라는 말을 듣죠. 이 말을 들을 때면 외국인이 가진 동양인의 스테레오 타입은 어떤 모습일까를 한 번씩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여러분은 특정 대상이나 집단에게 가진 고정관념이 있나요? 그 고정관념이 어떻게 형성된 것인지, 어떤 식으로 작용하는지 궁금증을 가져본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매체에서 다루는 고정관념, 스테레오 타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 오늘의 바리스타 : 레오

미국에 거주하는 Not shy한 한국인입니다.

🥨 오늘의 아이디어

지겨운 스테레오 타입에 성난 사람들

과거부터 누적된 경험으로 사회적 인식이 형성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인위적으로 짜깁기된 정보나 자극적인 편집/희화화로 인해 부정적 인식이 생겨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접하는 미디어는 우리의 마음 속 스테레오 타입 형성에 큰 기여를 하고 있습니다. 대중매체는 다양한 방식으로 스테레오 타입을 형성하고, 소비하는 것에 앞장서죠. 이는 우리의 극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겐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선 이 정형성의 틀을 깨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사람들의 내면에 깊게 자리잡은 스테레오 타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되, 이를 반전 요소로 활용하는 거죠!

“이건 아시안 아메리칸 컬처의 새로운 챕터다.”

출처 :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

이민 1세대의 고군분투를 다룬 《미나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에 이어 북미 이민 2세대 현실을 풍자한 넷플릭스 시리즈 《성난 사람들》이 공개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두 사람 모두 동양계 미국인 설정이라는 점인데요. 스티븐 연이 연기한 남성은 한국계, 앨리 웡이 연기한 여성은 중국·베트남계 미국인입니다.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가족에 대한 집착과 이 가족을 유지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짓눌려 스스로를 감정적 구렁텅이에 몰아넣습니다.

하지만 《성난 사람들》은 지금까지 미국 대중문화에서 소비해온 전형적인 아시안 아메리칸의 스테레오 타입을 따르고 있지 않습니다. 김은형 기자는 “인종과 지역을 넘어서는 공감대에 아시아계 미국 이민자들의 특수한 환경을 녹이면서 이민자 서사에 전에 없던 보편성과 입체성을 담아냈다.”며 해당 시리즈의 흥행 요인을 분석했습니다. 확실히 미국 문화의 주류였던 백인들이 배경으로 타자화되고, ‘아시아인은 감정 표현을 하지 않고 컴플레인에 소극적이다.’ 라는 선입견을 시원하게 날리는 장면들은 신선함을 넘어 통쾌하기까지 하더라고요. 미국인들이 아시아인에게 갖는 ‘shy하다’는 성격에 대한 스테레오 타입이 답답할 때가 많았는데, 이 영화 속 주인공인 대니와 에이미는 그 틀을 깨며 그야말로 성난 모습으로 극에 등장합니다. 영원한 이방인 취급을 하고, 소극적 역할을 부여했던 이들에 대한 시원한 반박은 관객에게 불손한 기쁨을 안겨주며 마지막에 가서는 인물들의 보이지 않는 인생까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특정 단어를 보면 즉각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이 있나요?

출처 : 《클라우드 아틀라스》 스틸컷

우리는 각자의 시선과 배경지식으로 사물과 현상, 사람을 판단하곤 합니다. 기본상식, 가치관, 선입견과 같은 요소들이 이 판단의 과정을 돕죠. 스테레오 타입 또한 개중 하나로써, 간혹 극단적인 인종차별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인종, 종교, 출생 지역, 특정 직업군, 학벌, 장애, 성별, 나이

제시된 특정 단어를 통해 머릿속에 즉각적으로 그려지는 어떤 그림이 있으신가요? 고정관념(stereotype) 이란 단어를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사회 평론가이자 퓰리처 상 수상자인 윌터 리프먼Walter Lippmann입니다. 그에 따르면 고정관념, 즉 스테레오 타입은 특정한 사회 집단에 대해 생각할 때 머릿속에 떠오르는 ‘전형적인 그림’(Pictures in our head)이라고 해요. 주목할 점은 스테레오 타입이 학습에 의한 결과라는 겁니다. 사회적 규범이나 관습에 의해 개인이나 집단 속에 주입된 일종의 신념이라는 거죠. 그 중 하나가 오늘날의 미디어입니다.

대중매체는 스테레오 타입을 적극적으로 이용합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대중매체 내에서는 특정 성별·인물에게 상징적 이미지들을 부여했는데요, 이경아 교수는 “특히 광고는 상품의 소구 전략으로서 정형화된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그를 통해 상투적 의미를 유포해 고정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며 스테레오 타입 형성에 있어서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언급했습니다.

그동안의 정형성과 헤어질 결심

출처 : 《헤어질 결심》 스틸컷

영화 《헤어질 결심》의 송서래는 한국 영화 내 몇 안 되는 중국인 주인공 여성입니다. 중국인으로서도, 여성으로서도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 인물이 아니죠.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외국 여성, 가정폭력 피해자, 간병인이라는 초반 설정이 ‘약자’라는 조선족 여성 스테레오 타입과 겹쳤지만 영화 후반부에서는 파격적으로 변신하며 매우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인물로 거듭납니다. 《헤어질 결심》이 미학적 측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여성과 아시아계 인물을 다룬 방식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되는 이유가 아닐까요?

수잔 헤이워드는 책 『영화 사전 : 이론과 비평』 에서 ‘멍청한 금발 혹은 섹스의 여신’ (마릴린 먼로), ‘머리가 텅 빈 근육질 사나이’ (실베스터 스텔론), ‘착하기 그지없는 중산층 미국인’ (제임스 스튜어트) 등을 예로 들며 해당 배우에게 갖는 관객들의 스테레오 타입을 설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이렇게 특정 인물이나 배우를 스테레오 타입화하는 것은 영화에서 관객들이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해요. 관객은 이미 해당 인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고, 감독은 스테레오 타입화된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내러티브를 구축할 때 큰 경제성을 얻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전형적인 연출은 해당 인물을 평면화하는 결과를 초래하죠. 더불어 장애인, 성 소수자들과 같은 약자들에 대해 갖는 스테레오 타입이 미디어 콘텐츠에 폭력적으로 반영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황동혁 감독의 《도가니》(2011)는 장애인의 삶을 타자화/대상화하는 연출로 비판을 받았고,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2018) 또한 성소수자의 고통을 쉽게 휘발시키고 극단적인 최후를 맞게 하며, 지나치게 희화화한 연출이라며 지적받기도 했습니다.

☕️ 샷 추가 : 스테레오 타입을 이용하는 법

스테레오 타입은 단순한 기호로 받아들이기엔 사회적으로 끼치는 영향이 큽니다. 사회 문화적 생산물이기에 이는 역사 뿐만 아니라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연령, 계급 그리고 장르의 관점에서도 면밀히 검토되어야 하죠. 국내 콘텐츠가 OTT를 통해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는 만큼, 편견보다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물을 담아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주도적입니다.

그렇지만 이 스테레오 타입이 모두 부정적인 걸까요? 어떤 캐릭터는 문화의 요소 그 자체가 되기도 합니다. 강렬하게 살아 숨쉬는 캐릭터들은 다른 콘텐츠에도 큰 영향을 주며 문화의 흐름을 형성하죠. 이렇게 대중성을 확보한 스테레오 타입은 우리에게 익숙한 매력을 선사하고,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없는 경제성을 갖습니다. 파격을 가능케 만드는 바탕이 되기도 하면서요.

결국 스테레오 타입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될 수 있겠습니다. 항상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기에는 시간적 한계가 있고, 익숙한 것에 의존하기엔 항상 예외가 존재하죠. 부정적 인식을 강화하는 방향이 아닌, 극에 도움이 되는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뻔한 인물과 설정에서 벗어난 변화를 반기고 싶네요!

🍪 COOKIE : 곁들이면 좋은 콘텐츠

AI 과학자=남성?

지난 100년 간 영화 속에서 묘사된 인공지능(AI) 관련 인물이 남성에 편향되면서 위험한 성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어요. 이는 앞으로 AI 관련 분야에서 여성 진출을 저해하고 AI 알고리즘에 성 편견이 스며들게 할 위험 요소가 된다고 해요.

왜 주인공은 꼭 누군가를 잃죠?

게임 속 스테레오 타입

게임에도 유독 자주 보이는 설정들이 있습니다. 사실 게임은 스테레오 타입이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장르에요. 캐릭터의 외관이나 공격 방식, 움직임을 익숙한 스테레오 타입을 통해 전달하면 많은 설명을 생략할 수 있죠. 캐릭터 설정 뿐만 아니라 세계관 설정에서도 스테레오 타입이 활용됩니다. 게임 좀 해 보셨다면 익숙할지도?

🍦 이번 주 아샷추's PICK

바리스타 <레오>의 코멘트

많은 사람들이 비교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습니다. 나와 비슷한 조건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 내가 평균인지 아닌지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 본 적 있으실까요? 유튜브 film94 채널은 ‘Circle in’이라는 컨셉의 영상을 기획하여 특정 나이, 학벌, 성별의 사람들이 느끼는 표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고 각자의 생각을 인터뷰한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어요! 지금껏 가져왔던 평균에 대한 인식을 바꿔주기도,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돌아보게 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