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디버드》, 《작은아씨들》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의 새로운 작품, 영화 《바비》. 거윅의 영화에는 늘 주인공이 머물기에는 너무 비좁은 세계가 있고, 그 세계를 부수고 나오려는 과정을 다루곤 하는데요. 영화 《바비》에서는 바비가 '바비랜드'와 '리얼월드' 사이의 연결에 균열을 감지하고, 그 원인을 찾아 세상의 비밀을 들추어내는 모험을 보여준답니다. 영화 속 바비랜드의 바비와 리얼월드 속 인형 바비에 대해 살펴볼까요?  

동화같은 영화를 생각하며 극장에 들어갔지만 마지막은 한편의 휴머니즘 드라마같은 반전매력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영화 《바비》의 줄거리는 인형 바비가 대중에게 인식된 이미지의 변천사와 맥을 같이하고 있는데요. 영화 속 ‘바비랜드’는 바비가 모든 중요한 역할을 쥐고 있는 세상이고, 반면 ‘리얼월드’는 정반대의 세상으로 보여줍니다. 바비는 두 세상을 경험하며 진정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메세지를 담고 있어요. 

이런 바비의 모습은 지난 60년간 인형 바비가 변해온 길을 보여줍니다. '바비랜드' 속 바비는 세상의 온갖 걱정, 근심과는 거리가 먼 곳입니다. 막연한 긍정과 천진난만한 응원이 에너지가 되는 곳. 성불평등, 여성 인권 문제가 모조리 해결되었다고 확신하는 곳. 바로 바비랜드예요.

그러나 '리얼월드'에 도착하며 영화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사회에서 자연스럽게 정해왔던 여성상에 대한 반론을 던집니다. 왜곡된 미의 기준과 여성의 성상품화를 만들어낸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 바비 인형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뒤집으며 동시대의 현실까지 접목시켜 꼬집어냈답니다. 60년 동안의 바비 변천사를 영화에 녹여내며 관객들의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유도하고 있어요. 

저는 영화가 끝나고 이효리의 ‘훌륭한 사람 말고 아무나 돼’라는 말이 떠올랐어요. 누구나 멋지고 잘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바비 인형은 모두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말하죠. ‘바비는 모든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걸 이뤄내지 못한 바비는 쓸모없는 바비다’라고 말하는 게 아니듯 말이예요.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대단한 사람이 될 필요는 없죠. 이번 영화 《바비》는 성별을 떠나 우리 자신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는 메세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가장 최고 버전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